쪽팔려야 성장한다.
이 감정을 까먹고 싶지 않기에 용기를 내서 나의 부족함을 제대로 마주하려한다.
얼마 전, 굉장히 창피한 일이 있었다. 정말 좋아하던 개발자분이 있었는데, 운좋게 그 분을 직접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을 좋아하는 만큼 좋은 인상을 드리고 싶었고, 긴장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가 최근 겪은 문제와 해결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아니 웬걸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렇게 들여다 봤었던 로그 한 문장도 생각나지 않았다.(지금까지도 그 때를 생각하면 공황오는 것처럼 심장이 뛴다;) 떨어서 그랬다는 변명을 하려는 건 아니고, 그 때 나는 깨달았다. 2년 전에 분명 성장하고 싶다고 퇴사하고 지금까지 공부해왔는데... 웬걸 나는 아직도 얼마전 겪은 문제 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구나.
2년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나는 어떤게 깊어졌나?
나는 지금 어쩌면 더 바보가 됐고, 되려 AI의 puppet이 되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여전히 그때와 같이 겉햝기 공부만하고, 이거하랴 저거하랴 바쁘기만하고 쌓이는건 아무것도 없는게 아닌가?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 바로 모니터 앞에 앉아 그 때 봤던 문제를 다시 분석했다. 역시나, 내 스스로 말할 수 있는게 거의 없었다. 한 뎁스만 더 들어가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게 보였다.
아, 진짜 진짜 우울한 새벽이었다. 스스로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지금까지 매일 바빴던거지? 무슨 공부를 매일 한거지? 나는 왜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거지? 일하면서 매일 많은 문제를 만나지만 AI가 주는 답으로 빠르게 해결하고, 더 깊게 파보는 것은 다음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아 CS도 해야하는데, 네트워크도 공부해야하는데, 그리고 번들링도 봐야하는데...' 싶어서 이거 했다 저거 했다하던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되돌아보니 제대로 아는게 하나도 없는 느낌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변한게 하나 없이 이를 되풀이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속상해 그날은 그냥 맥을 덮고 자버렸다.
다음 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분의 조언을 되뇌었다. 사실 그 분과 이야기하면서 방향은 이미 확실히 잡혔었다. 블로그를 말씀해주셨는데, 지금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회사에서 세미나를 준비했던 내용은 지금까지도 전혀 까먹지 않고 있다. 내가 설명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어야 확실하게 내 것이 되겠구나 듣는 순간 느꼈다.
다만, 이전처럼 블로그를 쓰기 위한 문제 해결이나 단순한 기록용 블로깅이 아닌, 진짜 내가 마주친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을 회고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모든 문제 해결이 끝나고, 그 이후에 그 작업들을 내 언어로 설명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매일 연습할 것이다. 매번 거창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문제에 대한 나의 학습은 충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AI Free로 만들 예정이다.
내 경험은 완벽하게 내 머리에서 나와야한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글 쓰는데 도움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요즘은 AI가 밉다. 프로그래밍도 현 시대의 공예품처럼 내가 열심히 갈고 닦은들, 미래가 되면 더 이상 내 기술을 찾지않고 AI 공장(마치 다이소) 제품들만 원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지... 근데, 그래도, 그럼에도, 난 지금 잘하고 싶다. 배우는게 즐겁고, 잘하고 싶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좋다. 뭐 더 나아간 미래에는 바둑처럼 내가 하는게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 와서 이세돌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지금은 아니잖아. 알아가는게 재밌고, 만들어가는게 보람차고, 더 깊은 맥락을 보는 똑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게 즐거워. 그러니 그냥 미래에 대한 걱정보단 오늘 내가 즐거운 일을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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