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테크글을 쓰려고 했지만, 2월 회고겸 복잡하고 속상한 마음을 정리할 겸, 일상글(MoA프로젝트 상황)을 쓴다.
MoA
작년 가을쯤 시작했었던 프로젝트, 모아가 드디어 개발이 끝이 났다. 하지만 출시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가을부터 설문 조사, 기획, UI/UX를 끝내고 제대로 된 개발은 1월부터 진행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멱살을 끌고 가는 중이었다. 분명 같이 함께 해나가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혼자 기획하고, 요구사항을 짜고, API 상세 명세까지도 도맡게 되었고, 다들 회사일과 병행하기 어렵다는 말로 나가게 되었다. 그러다 1월에 백엔드를 담당하게 된 귀인들을 만나서 여기까지 개발을 끝낼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출시만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 마저도 결제 심사에서 좌절되었다.
창업은 처음이라 그냥 결제 시스템은 개발만하면 된다 생각했지, 이렇게 가맹이 불가능한 업종의 종류들이 있을지는 생각도 못했다. 기존의 펀딩 관련된 업체, 와디즈, 텀블벅도 이미 존재했고, 비슷한 선물 펀딩 사이트들도 있었기에 결제에서 심사가 거절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된 건, 일단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그 사업이 결제를 붙일 수 있는 서비스인지를 먼저 파악해야한다는 것이다. 펀딩도, 안경도, 채팅도, 선결제, 포인트도 입점이 안되는 업종일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 이미 그런 업체들이 있기에 더욱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디자인을 담당해주신 디자이너분들께도, 지금까지 개발을 함께한 개발자 친구들에게도 정말 너무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을까란 생각에 심사 거절 메일을 받고 매일 밤을 뒤척였다. 저런 주의사항은 결제 시스템을 연동하는 곳에 아주 크게 먼저 박아둬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부터, 가입할 때도 해당 허용 입점 내역들을 보여주기만 했어도 여기까지 오지않았을 것 같은데란 생각에 괜한 토스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냥 프로젝트를 함께한 사람들에게 제일 미안했다. 팀원들에게 가장 그렇고. 아무것도 없는 우리와 계약해준 제휴 업체에게도 그렇고.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그러나 내가 이 일을 통해서 전혀 배운 것이 없는가? 절대 그건 아니다.
[1] 창업을 시작할 때 고려해야할 것들을 아주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결제부터 시작해서, 개인사업자, 일반사업자, 혹은 법인의 차이, 어떤 업종에는 어떤게 좋은지 등도 이젠 완벽히 알게 되었다. 세무사와 법무사를 찾는 방법부터 부가가치세 신고 방법, 세금계산서 등의 사업자의 필수 업무들도 알게 되었고, 결제의 종류에도 인앱결제와 PG결제의 차이가 있고, 무형의 서비스는 무조건 인앱결제라는 앱스토어의 규정도 알게되었다. 또, 제휴사와 미팅을 할 땐, 어떤 것들을 준비해가고, 어떤 내용을 보내줘야하는지부터 개발만 했으면 알 수 없었을 세세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2] 사람에 대해서 좀 더 배우게 되었다.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 프로젝트에 기대하는게 어떤 것인지,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쓰고, 어떤 것을 가져갈 것인지를 명확히하고 함께 진행해야한다고 느꼈다. 그냥 초반에는 함께 잘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해도, 시간이 갈수록 그 때의 마음은 희미해져가기 마련이고, 그럴때일수록 자신을 잡아주는 것은 왜 내가 이 일을 시작했는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명확할수록 열정적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모든 회사의 1번 질문은 항상 지원동기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하고자 할 때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내가 또 반대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겠구나를 모든 지나간 사람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배움이 있었다.
[3] RN을 많이 써봤고 기술적으로도 성장했다.
사실 처음에는 js만 할 줄 알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RN으로 뛰어들었는데, 막상 개발을 시작하니, native 생태계를 알아야 더 깊게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냥 연락처 정보를 디바이스에서 가져오려해도, 권한 설정을 위한 각 OS별 설정 차이, 그리고 데이터 구조 등 각각의 환경에서 신경써줘야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권한 요청시엔 제대로 된 이유를 작성하지 않으면 앱심사에서 가차없이 짤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또, 앱은 다운로드를 받아야하다보니, 사용자 편의를 위해선 앱 번들 사이즈를 줄여야했고, 이로 인해 웹보다 더욱 신중하게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웹뷰, codepush, RN에서의 리액트쿼리 에러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기에 기술적으로도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법은 테크글로 하나씩 써내려갈 예정이다. React 자체에 대한 배움도 깊어졌고, React Native를 사용해서 마음껏 앱개발을 해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js를 사용해서 멋진 iOS와 android 앱 두 개를 만들 수 있다는게 너무 멋졌고, 이런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끝까지 출시를 하지 못하고 여기서 멈추게 될까봐 많이 속상하고 슬프긴하다. 그럼에도 이젠 그만 슬퍼하고, 담담하게, 눈 앞의 것들을 하나씩 쳐내가보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one at a time, 한 번에 하나씩. 하다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곳에 닿게 되겠지. 화이팅. 다음달 회고는 좀 더 기쁜 소식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