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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정글 9기

정글 4주차 회고, 꿈과 현실

기술 블로그 글이 아닌 개인 회고는 블로그에 잘 올리려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주는 꽤나 스트레스가 심한 주였어서 이 생각들을 미래에 보면 어떤 기분을 가질까 싶어 작성해본다. 나는 나이마다 꼭 해야하는 일이나 성취같은걸 믿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꿈을 쫓으며 살고 있는 것인지도. 근데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나? 이 세상에 꼭 그래야하는게 뭐가 있나? 내 인생인데 남의 생각, 사회의 생각 그런걸 따라서 내가 행복할 수가 있나? 내 인생에는 내 생각, 내 결정,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가치관에 의심이 자라나는 한 주였다. 꿈을 쫓아다니다보면 나와 같이 꿈을 쫓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어쩌다보니 이제 나는 꿈을 찾는 그룹에서 항상 최고령이 되었다. 실제로도 내 친구들을 보면 이제 8년차인 친구들도 있고, 각자 1인분 혹은 그 이상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 반면 나는 꿈을 쫓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몇 주 전, 평소 존경하던 분과 나눴던 이야기가 이런 생각에 불을 지폈다. 그 분은 빠른 포기를 잘하신다고 한다. 안될 싹을 빠르게 파악하고, 더 큰 나무를 키운다는게 주 이야기였는데, 나는 지금 죽은 씨앗을 틔우겠다고 집착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분의 경험은 그 분의 인생에만 맞는 경험과 선택이었을 수 있다. 꿈을 끝까지 쫓아 성공한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무지개라는 허상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하고 나름 1년 가까이를 창업하고 공부하고 했는데, (참고로 공부하려면 절대 창업은 하면 안된다) 아직 뭔가가 손에 잡히는 느낌이 없다. 여기 과정이 나의 마지막 노력이라 생각하고 온거긴 하지만 주변의 상황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계속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다보면 목도 계속 아파오고,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것 같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건 뭔가를 만들어내는게 좋았던건데, 사실 그걸 잘 만들어내기 위한 공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창조적인 활동보다는 지반을 다지는 공부라 덜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또 동시에 이런 것까지 좋아해야 개발자가 될 수 있는건가. 나는 개발자가 맞지 않는건가라는 의심까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럼 또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진짜 과정을 그만두고 그냥 취업을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몇 년간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벌어둔 돈은 다 써가고, 꿈은 다시 멀게 느껴지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사실 지금까지 프레임워크 사용법이나 언어 사용법 정도나 익혔지 제대로 된 개발 공부는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것도 실무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공부긴하지만, 기반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가 블로그에 써온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로우 레벨부터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공부하려니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개발자가 되고 싶은게 맞는 걸까. 아니 사실은 내가 재능이 있는게 맞는걸까? 물론 재능보다는 학습으로 충분히 가능한 곳이 내가 목표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학습에는 제 각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게 주어진 시간에, 이 과정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능력은 되는걸까? 스스로를 많이 의심했던 시간이었다. 한 주간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한 후에 내린 결론은 확실히 떠나고 싶진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해낼거고 해내고 싶은데, 이런 의심의 생각들은 또 교통사고처럼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매번 그런 생각들에 치이게 되고 마주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이걸 이겨낼 것인가를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아침마다 뛰는 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계속해나가고 숨을 쉬자. 숨을 쉬어도 답답할 땐, 맛있는 초코 케익을 먹으러가야지. 돌이켜보니 이미 다 하고 있는 방법이네. 어쩌면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 선택을 최선의 선택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자. 루피와 친구들이 고잉메리호를 떠나보내고, 각자 강해지는 시간을 보냈듯 나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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